명랑한 식탁 – 홍성방

해물 짬뽕의 끝판 대장

7월의 중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매일 아침 라디오 전파를 타고 들려오는 날씨 예보엔 비 소식은 있지만, 불볕 더위 소식은 없다. 이 ‘불안한 행복감’은 무엇인가. 날씨에 웃고 웃는 삶이라니. 가끔은 고맙기도 하지만, 가끔은 밉기도 하다.

 

무더위가 극성인 날에는 종종 을지로나 의정부에 가서 시원한 냉면을 들이켜곤 한다. 그렇게 ‘완냉’을 하고 나면 잠시나마 더위는 생각나지 않았으니 이런 ‘소소한 행위’를 누리는 게 꽤 행복하다. 그와 반대로 요즘같이 자주 비가 내리는 날에는 얼큰하고 칼칼한 국물이 생각난다. 뜨거운 국물이 온몸을 감싸는 기분. 게다가 시원한 에어 컨디셔너의 바람을 맞으며 먹는 국물의 맛은 또 나름 매력있다.

 

오늘은 비 소식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해가 쨍한 날씨다. 가끔은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날씨엔 메뉴 선택에 있어 더욱 신중해진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 모슬포항에 있는 중국집 ‘홍성방’에 갔다. 꽤 오랜만에 방문이라 그런지 인테리어가 전부 바뀐 상태였다. 중식 요릿집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였고 조명의 조도도 낮추어 음식에 집중할 수 있게 한 점이 인상 깊었다.

 

홍성방은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동네 중국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동네 주민들이 자주 찾는다는 것은 맛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는 방증. 메뉴는 선택의 고민 없이, ‘해물 짬뽕’과 ‘찹쌀 탕수육’을 주문했다. 그릇에 해물이 넘치도록 쌓여 나온 해물 짬뽕은 마치 해물탕인지 헷갈릴 정도. 그만큼 어마어마한 해물량을 자랑한다. 게 한 마리가 떡하니 자리 잡은 비주얼에 압도당하고, 홍합과 조개의 쫄깃한 식감과 신선한 해물의 맛이 이곳이 제주도 임을 한 번 더 실감하게 된다. 채수를 육수로 써서 그런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전날 과음을 했다면, 속을 살살 달래줄 누군가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이 친구를 소개하고 싶다.

 

홍성방의 찹쌀 탕수육의 매력은 바삭바삭한 튀김 옷 덕분에 시간이 지나도 쫄깃쫄깃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이 집은 ‘부먹’스타일로 나오지만, ‘찍먹’을 좋아하는 나로선, 아직 소스가 닿지 않은 고기들을 부랴부랴 한 쪽에 빼놓고 두 가지 맛을 즐기는 편이다. 달콤한 소스를 오랫동안 머금은 탕수육은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 맛이 일품이다. 튀김 옷안에 고기는 쫄깃쫄깃하고 부드러워 씹었을 때 육즙이 풍부하게 흐른다. 아마 이 집만의 특별한 고기 숙성법이 있는 듯하다.

 

식사 후 동네 어귀를 돌아 모슬포항 등대로 갔다.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맛이 꽤 좋다. 지평선 끝,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가 맞닿은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복잡 미묘했던 마음이 이내 평정심을 찾게 된다. 소중한 시간을 활용해 여행을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물론 맛있는 음식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지만.

에디터 김환기(@velvet_keyboardevoke@mediabl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