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K의 산책 – 레이블 커피

아도록허다

우연한 기회로 제주도로 출장을 떠났다. 비록 가벼운 출장길이지만 짐을 싸면서도 옅은 미소가 퍼졌다. 서울을 잠시 벗어난다는 기쁨일까. 몇 해 전 이후로 오랜만의 방문이라 설레는 걸까. 제주도에서 행복했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시각적인 즐거움을 좋아하는 나로선 제주도는 노다지이다. 가는 곳곳마다 발길을 잡는 것이 투성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고스란히 견뎌온 색바랜 건물들, 곳곳마다 눈에 띄는 수 백 년 된 보호수들, 세계적인 건축가가 지은 공간을 거닐며 잠시 그가 되어보는 상상, 감귤밭을 지날 때면 코끝을 간질간질하게 하는 향기. 이럴 때면 뭍에 사는 현실을 잠시 원망하게 된다.

 

현지 지인에게 독특한 컨셉의 카페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달음에 찾아가 봤다. 감귤 농장 사이로 좁다란 길을 타고 올라가니 쌍둥이 창고 건물이 반겼다. 많은 장치를 하지 않았지만, 자연 소재를 이용하여 건물 주변과의 조화를 염두에 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빛의 극명한 대비가 한 번 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했다. 보통의 상식을 깬 장치들이 오히려 공간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했다. 최소한의 빛과 차가운 소재인 철을 활용한 오브젝트, 공간을 둘러싼 현무암의 거친 질감까지. 일반적인 아늑함과는 다른 느낌이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론 이곳이 ‘아도록헌(제주어: 아늑하다) 공간이었다.

 

장치를 최소화 함으로서, 커피 맛을 집중하여 즐길 수 있고, 때론 사색에 잠길 수 있고, 상대방의 눈과 말에 더욱 집중할 수 있으니, 이곳을 ‘시간의 공간’이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것을 집중하여 바라볼 수 있는 시간. 이곳 ‘레이블 커피‘에는 이런 매력이 녹아있는 공간이다. 

 

복잡한 도시 생활에 지쳐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때, 때론 삶에 음소거를 잠시 켜두고 싶을때,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비행기 티켓 하나면 이 곳에 올 자격은 충분하니까.

 

여행 사이의 쉼이 필요하다면, 레이블 커피

에디터, 사진 김환기(@velvet_keyboardevoke@mediabl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