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쎈언니’ 브랜드, BABY PHAT 컴백

‘FRESH’ ENOUGH?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Kimora Lee Simmons L.(@kimoraleesimmons)님의 공유 게시물님,

힙합 패션계의 ‘원조 거물’,  키모라 리 시몬스가 지난 8일, 브랜드 ‘베이비팻’ 재론칭을 알렸다. 베이비팻은 데프잼 레코드를 설립한 거물 제작자 러셀 시몬스(키모라 리의 전남편)의 브랜드, ‘팻팜(PHAT FARM)’의 스핀오프 브랜드로 시작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여성을 위한 어반 스트리트웨어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누렸다.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Guess who’s bizaack… 😍#DontMakeMeHaveToRelapseOnThese…. #HappyInternationationalWomensDay❤️❤️

Kimora Lee Simmons L.(@kimoraleesimmons)님의 공유 게시물님,

한때, 거물 제작자인 러셀 시몬스의 회사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지만, 럭셔리 브랜드들이 스트리트웨어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며 점차 시장에서 밀려나게 됐다. 결국 매출 감소를 이기지 못하고 2004년 다른 회사에 인수되었던 것을, 최근에 들어 다시 매입해들인 것.

키모라 리 시몬스는 당시 리얼리티 쇼에 출연하며 두 딸(밍 리아오키 리)과 함께 광고 모델로 섰다.

당시 분위기를 가늠하게 하는 광고. 모토로라와 협업한 폴더폰이 눈에 띈다.

밈이 된지 오래인 래퍼 캠론의 사진 속 그 폴더폰, 맞다. 0.4캐럿 다이아몬드 장식으로 화제가 됐으며, 2000년대 초 당시 약 80만원에 판매됐다.

비자카드와 협업해 직불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베이비팻 온라인몰 구입 시 10% 할인 혜택이 부여됐다.

국내에서는 2008년 론칭해, 압구정 로데오에 1호 직영매장을 열었던 바 있다. 가수 서인영과 박정아가 첫 번째 국내 모델로 광고를 촬영했으며, 서인영은 1호점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최근, 힙합 브랜드 후부(FUBU)가 컴백을 선언하고, 코치 등의 럭셔리 브랜드가 캠페인을 통해 흑인 소비자를 겨냥하는 사이, 여성을 타겟으로한 베이비팻 또한 기회를 실감한 것일까.

세계적으로, 스트리트웨어 부문 매출은 최근 몇 년간, 럭셔리제품 매출 전액을 증폭시키는 공신 역할을 해왔다. 구찌, 펜디, 버버리 등의 명품 티셔츠 항목이 하이엔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더이상 럭셔리 업계에 낯선 분석이 아니다. 럭셔리 브랜드들의 보다 ‘젊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여성의 날’이었던 지난 3월 8일, 키모라 리 시몬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베이비팻은 ‘생산과 소비, 두 축 모두에 여성을 중심’으로 두는 ‘책임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첫 시즌 공개를 몇 달 후로 앞둔 지금, 그들이 과연 여성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시대적인 경쟁을 이기지 못해 촌스러운 광고 아카이브 따위에 남아버린 브랜드라면, 여성 소비자를 이해하는 (키모라 리 시몬스 자신의 말로, 여성을 ‘양축에’ 두는) 노력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 노력이 요하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은 것일 수 있다. 하이스노바이어티와 하입비스트가 기사를 통해 비판한 바 있는 스트리트웨어계의 성차별과 여성혐오가 여전히 만연하기 때문이다.

Supreme x Araki

Surf Is Dead x Spearmint Rhino

HUF

Anti Social Social Club

HUF

구찌, 프라다 등 하이엔드 브랜드의 인종차별 논란으로 뜨거운 최근, 컴백을 선언한 후부는 ‘우리를 위한, 우리에 의한(For Us By Us)’이라는 브랜드 이소(Etho)를 부각시켜 흑인(과 아시안) 소비자를 겨냥 중이고, 흑인 문화와 직접적 관련을 결여한 코치(Coach)의 경우 럭셔리 보이콧의 대표적 주체를 캠페인 전방에 배치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도약을 꾀하는 중이다.

[su_youtube_advanced url=”https://youtu.be/dnxG_VQCFGk” width=”960″ height=”540″ responsive=”no” controls=”no” autohide=”yes” showinfo=”no” loop=”yes” rel=”no”]

이들의 움직임이 ‘여성 브랜드’에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슈프림, HUF 등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의 성차별적 이미지 차용과 남성 매장직원들의 고객 추행, 성별 간 임금격차를 비롯, 대다수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가 성평등에 있어 뒤쳐진 관점을 보여온 가운데, 과반수의 소비자 집단을 대하는 태도는 분야와 제품군을 넘어 중복돼온 ‘주체적 섹시’의 주입이 아닌, 전에 없던 ‘리스펙(Respect)’이어야 할 거라는 것.

2001년 베이비팻 광고.

특정 브랜드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서 (키모라 리 시몬스 자신이 언급한) 평등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나머지 축은 물론, 소비자 역할이다.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Gucci(@gucci)님의 공유 게시물님,

“사과 따윈 받지 않겠다(Apology not accepted)”. 구찌 스웨터 논란을 두고 래퍼 티아이(T.I.)가 소셜미디어에 공유해 30만 건 이상의 반응을 얻은 포스팅 내용을 상기해보자. (코치의 새 시즌에 함께하게 된)스파이크 리 감독은 나아가, ‘(인종적) 고용평등을 이룰 때까지 절대 입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남겼고, 50센트가 티셔츠를 불태우는 영상은 현재까지 420만회 이상 조회됐다. 여성으로서 소비자는 제대로된 사과조차 촉구한 일 있는가.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Young Black Genius™ 👨🏿‍🎓👩🏿‍🎓(@youngblackgenius.co)님의 공유 게시물님,

‘#FuckGucci’, ‘#FuckPrada’, ‘#BuyBlack’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주체적 소비자 행동을 유도하는 물결과 함께, 브랜드들이 좁은 의미에서나마 책임을 인식하는 제스처를 보이는 지금. 여성으로서, 소비자로서, 크리에이터로서 자신과 상대를 향해 행사하는 ‘리스펙’이야말로 미래 패션업계 자체가 제시할 수 있는 최첨단(最尖端)의 기준일 것이다 (물론, 순수한 시장경제의 논리만으로도 당연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리스펙에 기반한 여성 스트리트웨어는 어떤 모습으로 누구에 의해 탄생되며, 어떤 이들이 입고 있을까? 무궁무진한 답이 가능한 이 질문이 바로, 새롭게 태어날 ‘고취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케팅의 논리적인 시작점일 것이다. 모토로라 폴더폰이 아이폰 11과 갤럭시 폴드로 변하는 사이 변함없이 유지된 패션계의 위기는 넌지시 기회를 암시한다.

어쩌면, ‘쎈 언니’로 이름 붙여진 시대특정적 얼터 에고(Alter ego)는 예전 베이비팻이 겨냥했던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가까운 미래에 어필할 Z세대에게도, 애당초 그들이 필요로 했던/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 모른다. 형태만 바뀔 뿐, 사회는 여전히 여성이 부조리와 혐오, 위험과 성가심에 항거하는 데 있어 (심지어 환불을 받아야 할 때 조차) 분리된 자아에 위탁해야 하는 곳이며, 이는 아무리 사소한 것에서라도 ‘쎈 언니’라는 견본이 되지 않고서는 반대와 저항이 불가능하다는 무력감의 반증일 뿐이다. 물론, 여러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룩북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 (복종적인 자세로, 결박당한 채 도구로 사용되며, 남성의 욕망을 채우는) 부분화된 신체로 여성을 전락시키는 현실의 시기적 부산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스트리트웨어의 핵심은 기존 체제에 대한 반항, 규율을 벗어난 진화와 진정성(Authenticity) 아니던가. 새로운 세대가 이를 통해 욕망하는 건, 진부하게 반복된 클리셰가 아닌, 낡은 관점을 벗어난 고유(Authentic)하고 존중어린 자신의 모습을 만나는 것이다.

(프레드 시걸 CEO 앨리슨 새멕도 이야기했듯) ‘경험’을 위해 소비하는 시대다. 하이엔드 제품군의 경우 특히 그러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여기에서 말하는 ‘경험’은 (대상화된 소비자에겐 결여된) 주체의 특권이다. 이제 그 특권을 과반수의 소비주도층에 돌릴 때가 됐다.


에디터 원아림 ahrim@thebling.co.kr

2 Comments

Sorry, the comment form is closed at this time.

더 볼만한 기사
Sorry, no posts matched your crite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