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계의 구찌 불매운동

#FXXXGUCCI?

민스트럴을 연상케하는 디자인의 스웨터를 출시하여 큰 비난을 받고 있는 구찌.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을 맞이한 지 단 며칠 만에 싹튼 이 패션 계의 논란은 곧 힙합 음악과 엔터테인먼트계의 보이콧으로 타오르게 됐다. 천만에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한 래퍼 T.I는 여러 개의 인스타그램 포스팅라이브 방송을 통해 제품 구매뿐 아니라 의류와 핸드백, 향수를 비롯한 구찌 제품 사용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고, 50센트는 구찌 티셔츠를 불로 태우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으며,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또한 극적인 반대 입장을 표하며, 구찌의 모욕적인 행태를 패션계 전반의 화두로 맥락화시켰다(릴 펌은 구찌를 보이콧 하되 ‘구찌 갱’은 계속 부르겠다 밝혔다)

미국 내 흑인 소비자의 럭셔리 제품 구매액은 연간 1.5조 달러에 달하며, 2000년대 후반부터 매년 성장 추세를 보이는 분야다. 이는, 럭셔리 패션계의 흑인 디자이너 고용 기피와 런웨이의 흑인 모델 결여 및 문화 전유(‘구찌-대퍼 댄’ 컬래버레이션으로 마무리됐던 표절 논란을 기억하는지) 이슈와 맞물려 하나의 스웨터를 뛰어넘는 거대하고 고질적인 원인을 지목한다. 분노와 노여움,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소비자 행동은 여기에 있어 하나의 논리적 결론이자 문제해결을 향한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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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앞서 언급한 아티스트들과 반대의 노선을 택한 이들도 있다. 래퍼 코닥 블랙,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에이드리엔 브로너가 그 예다. 유명인들의 공개적 무관심에 의해 증폭되는 건 ‘과연 되겠어’로 종결되는 의구심과 무기력감일 게다. 문제점 밖에 머무르려는 인위적인 노력은 결국 당사자를 문제점의 일부로서 드러나게 할 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T.I.는 메이웨더 디스 트랙을 공개하기도 했다. 보다시피, 커버 아트는 문제의 스웨터를 포토샵으로 합성한 메이웨더의 머그샷이다.

[su_youtube url=”https://www.youtube.com/watch?v=mF0UH-aa7v0″ width=”1400″ height=”1300″] 리믹스[/su_youtube]

여기서 상기할 수 있는 예가 바로 제이지와 샴페인이다. 고가 샴페인인 ‘크리스탈’을 제조하는 ‘루이 로데레’ 사의 매니저, 프레릭 루자드는 2006년,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이런 질문을 받는다. ‘힙합계 내의 높은 인지도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와인에서 꼬냑, 보드카까지. ‘비기’에서 비욘세미씨 엘리엇에서 칼리드까지. 뮤직비디오를 통한 직접적인 제품 노출과 라임을 이용한 품명 언급 등, 주류업계는 힙합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탈 담당자의 답변은 안타깝게도 이랬다. “뭐, 별수 있나. 사겠다는 걸, 굳이 막을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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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달러를 호가하는 고가 샴페인도 미련 없이 소비할 정도의 애호가로 알려진 제이지는 1998년 발표한 ‘Hard Knock Life’를 통해 해당 제품명을 언급(가사에서는 라임을 위해 ‘크리스(Cris’)’라 지칭)하기도 했었지만, 논란과 함께 그의 크루와 팬을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에게 불매를 독려하게 된다. 이후 해당 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극적인 결론은 아니다. 하지만 논란 이후, 여러 자사 제품의 미국 판매를 앞두고 있던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우리가 ‘크리스탈’을 가리키는 라임을 클럽에서 한 번 들은적도, 읊조린 적도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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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펙’. 극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그것을 정의내리는 일은 물론,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하지만, 인격을 대상화해 이윤의 도구로 이용하는 시스템에서 결여된 주체성의 여지는 언젠가 거론되고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 논란의 불길이 뜨거운 구찌가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 그리고 ‘사과로는 부족하다’는 이들의 입장 표명 이후 어떤 행동을 취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힙합이라는 장르와 함께해온 저항의 역사, 그리고 또한 두드러진 상업성을 놓고 본다면, 오늘날 다수의 브랜드들이 절대 안전하지 않은 지점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에디터 원아림 ahrim@thebl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