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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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선정 된 이승환.

공연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강박증세까지 보일 정도의 프로의식이 느껴지는 그와 2시간 가량 깊은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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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있나? 요즘 운동을 매우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

최근 술을 자주 마셔 몸 관리가 안 됐다. <블링> 촬영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로 열심히 했다.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겠다. 당신의 팬이라면 알 것이다. 이승환은 록 스피릿이 충만한 아티스트란 걸. 하지만 대중들은 ‘레전드 발라드 가수’라고 인식한다. 거기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당연히 받아들인다. 나의 발라드 팬들은 나의 록을 싫어했고, 록 팬들은 나의 록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1995년부터 하드 록을 추구했는데, 그때 팬이 많이 떠났다. 돌아보면 일탈이 심했다. 발라드를 부를 때도 록 스피릿이 충만한 의상을 입었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실패한 느낌이다. 하지만 스스로는 만족한다.

 

그 ‘만족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나는 <콘서트7080>에도 나갈 수 있고, 록 페스티벌에도 나가는 아티스트다. 인디와 오버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페스티벌이나 공연장에서 종종 인디 아티스트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부당함에 대해서 대신 이야기해줄 수 있는 위치가 된 것을 말한다.

 

이승환 하면 떠오르는 곡은 여전히 ‘천일 동안’이다. 수많은 아티스트가 편곡해서 부르기까지 했다. 그중 원작자로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편곡은?

음원으로 발표되지 않아 널리 알려지진 않았는데, 넬이 방송에서 부른 버전이 가장 멋있었다. 보컬 김종완 특유의 음색, 그리고 넬 특유의 분위기가 ‘천일 동안’을 묘하게 바꿔놨다.

 

TV에는 예능보다 오디션 프로그램, 공연 프로그램 등 음악 프로그램만 출연한다. 최근 비슷한 시절 활동한 유희열, 이적, 윤상 등이 예능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격세지감. 주변 사람들이 내게 예능을 해보라고 권한다. 이제는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 가장 큰 방법 중 하나가 예능이니 말이다. 하지만 섭외도 잘 들어오지 않을뿐더러 들어온대도 잘할 자신이 없다. 혹시나 그들과 함께 예능을 한다면 패션 스타일부터 달라 잘 어우러질지 모르겠다.(웃음)

 

음악성만으로 충분히 가능한가?

나는 마케팅이란 것을 등한시해왔다. 그 때문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 든다. 산업과 문화, 이 둘을 다 이해하고는 있었음에도 산업을 배제했다. 하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시도를 항상 먼저 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드림팩토리 설립 아닌가?

그렇다. 한국에서 독립적으로 회사를 운영한 첫 번째 아티스트가 나다. 직접 운영하면서 예전에 있던 옳지 못한 관행 덕에 큰 상처를 받았다. 당시 현실은 나의 순수했던 시절에 맞닿기엔 가혹했다. 그래서 점점 피해의식도 늘게 되고 방송, 언론과 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드림팩토리라는 울타리 안에만 있으려 했다. 완벽한 아웃사이더 그 자체였다.

 

후회하는가?

그렇지 않다. 나는 내 삶의 가장 큰 가치를 정의와 정직으로 여기는 사람이기에.

 

분위기를 바꿔보자. 이번에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선정되었다.

발라드로 알려진 나지만 록에 대한 동경과 록 음악을 놓지 않았다. 그래서 꿈을 이룬 느낌이다.

하지만 록 팬들이 나를 다른 록 아티스트와 동등하게 봐줄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미지가 아닌 음악만으로 날 봐줬으면 한다. 난 최선을 다해 볼거리가 있고, 음악이 살아 있는 무대를 만들 것이다. 록 페스티벌을 즐기러 온 관객들에게 내가 왜 이 무대에 서는지 알게 할 것이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어떤 곡들로 무대를 구성했는가?

록을 주류로 하겠지만, 아까 말했던 ‘천일 동안’ 같은 나의 대표 곡의 파워는 무시 못한다. 가끔 나의 대표 곡들로도 채울 예정이다.

 

이승환의 공연과 페스티벌의 차이점은?

콘서트는 내 마음대로 모든 것을 진행할 수 있다. 그래서 노골적으로 나에 대해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반면 페스티벌은 만들어진 무대에 날 맞춰야 한다. 그리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줘야 하기 때문에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비를 들여서라도 내 공연 시간에 많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싶다. 이렇게 하는 아티스트는 어디에도 없을 거다. 기대해도 좋다.

 

이승환의 콘서트만의 장점은 무엇인가?

내 공연은 전 스태프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내 공연이 대한민국 최고라고 생각한다. 스태프, 밴드 모두 10년 이상 함께한 멤버들이다. 그들은 굳이 지시하지 않아도 각자 자기 파트에서 어떻게 일을 해야 되는지 알고 있다. 모두 나의 공연을 자기 목숨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연 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무엇인가?

물론 음악이다. 그래서 모든 공연을 편곡으로 진행한다. 그것이 돈을 지불하고 나를 보러 와준 사람들에 대한 성의이자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콘서트를 보면 쉬지 않고 달린다. 건강이 걱정될 정도다.

박정현과 함께 합동 콘서트를 한 적 있다. 그땐 내가 기획한 공연이 아니어서 퍼포먼스를 별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니 팬들 사이에는 “이승환 많이 죽었다”는 말뿐이었다. 팬들은 내가 무대에서 죽어라 뛰길 원한다. 오히려 내가 무대에 쓰러지면 걱정보다는 실망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운동을 시작한 이유도 공연 때문이다.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최근 홍대로 무대를 옮긴 이유도 젊은 친구들과 더욱 ‘빡세게’ 놀기 위해서다. 세월이 더 흘러도 나는 팬들에게 ‘초인’이어야만 한다. 그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싶다.

 

그럼에도 굳이 ‘콘서트’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공연을 하다 무대서 죽어야 할 운명이다. 그리고 내 명예는 곧 공연이다. 나의 공연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누구보다 한 박자 앞선 공연을 선보여야만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김장훈이나 싸이 역시 공연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들의 공연은 대중적이기에 공연 시장이 매우 넓다. 마케팅이나 홍보 면에서 나 역시 그들에게 배울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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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음악 이야기를 해보자. 이번 앨범 곡 ‘내게만 일어나는 일’에서 MC메타와 함께한 작업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는가?

피아노 연주에 어울릴 만한 래퍼를 찾고 있었다. 내공이 깊은 아티스트였으면 했는데, 메타가 제격이었다. 가사의 의미나 깊이가 모두 마음에 들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 때문에 공연하러 뉴욕에 간 메타가 예정보다 이틀 빨리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는 아무 거리낌 없이 와주었다. 그래서 난 1등석을 끊어줬다. 매우 진중한 친구지만 재미는 없다. 나의 농담에 한 번도 웃어주질 않더라.

 

근데 그 곡을 들어보니 어마어마한 코러스가 곡의 클라이맥스더라. 공연할 때 어떻게 표현하려고 구성을 그렇게 했는가?

코러스 부분은 플레이 백으로 진행하고, 실제 라이브에서는 첼로와 피아노만 연주한다. 메타가 없을 때를 대비해 영상을 따로 따서 싱크를 이미 맞춰놨다. 반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예전에 Queen도 ‘Bohemian Rhapsody’를 공연할 때 그랬다.

 

이승환의 뮤직비디오는 특유의 웅장함과 색감이 있다. 영상 작업에도 직접 관여하는가?

물론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많이 투자하는 부분이다. 영상에는 예술적 가치가 투영되어야만 한다. 어떻게든 좋은 영상을 만들고 싶어서 다양한 시도를 한다. 한때는 성인 버전의 뮤직비디오를 따로 만들기까지 했으니까. 이번 앨범 역시 5곡이나 뮤직비디오를 남겼다. 나름 비욘세의 마케팅인데 반응이 아직 크진 않다.

 

‘내게만 일어나는 일’. 뮤직비디오가 웅장하고 아름답더라.

이적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김세명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 사람 특유의 영상미가 있어서 전부터 지켜봤다. 놀라운 건 발라드 곡은 이번이 두 번째더라. 원래는 힙합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많이 연출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너에게만 반응해’더라. 곡이 많이 어리다. 그리고 뮤직비디오 주인공은 톱 아이돌인 용준형이다.

어린 친구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나의 음악은 내 또래 사람들보다 젊다는 것을 티 내고 싶었다. 지금까지 앨범 중 가장 크게 공들인 마케팅이었는데, 아직 큰 반응은 없더라. 오히려 사람들은 ‘Sorry’가 가장 이승환다운 곡이라고 말한다.

 

얼마 전, 당신과 함께 작업한 바우터하멜도 <블링>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당신의 제의를 자랑스러워하고, 당신의 음악을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의 음악은 1집 때부터 자주 들었다. 같이 일하던 공연기획사가 그의 아시아 프로모터여서 볼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 자주 온다더라.

 

이 밖에도 함께하고 싶은 해외 아티스트가 있는가?

아직은 없다. 내가 어떤 곡을 뽑아내느냐에 따라서 어울리는 아티스트가 있을 테니까. 곡의 분위기에 맞추는 거지. 사람을 먼저 정하고 곡을 쓰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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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매우 솔직한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거짓이 없는 사람이다. 클럽 좋아하니까 좋아한다고 말하는 거고, 예쁜 여자 보고 예쁘다고 하는 것뿐. 이상하게 나의 그런 모습을 좋아해주더라. 공식 팬클럽도 없다. 팬클럽 없는 아티스트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따로 기획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선물도 하지 말라고 한다. 이미 고가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휠 텐데.

 

이승환의 음악은 처음의 느낌을 유지하되, 늘 새로운 트렌드를 잃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래보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논다. 얼마 전, 톡식 드러머 슬옹이랑 일본 여행도 다녀왔다. 그들과 함께 노는 것이 나에겐 가장 큰 공부다. 클럽도 좋아한다. 놀다 보면 옷은 어떻게 입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트렌드를 읽게 된다.

 

대한민국 클럽 신은 EDM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본인에게도 맞는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EDM을 좋아하지 않았다. 근데 자주 듣다 보니 묘한 매력이 있더라. 작년엔 UMF도 다녀왔다. 후배들이 아이팟에 넣어준 것을 랜덤으로 듣는다. 넘기지 않고, 계속 듣고 있다.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는 없다. 록의 요소가 들어간 EDM을 좋아한다.

 

어느 클럽을 자주 가는가?

옥타곤을 자주 간다. 아는 동생이 그곳에서 디제잉을 해서 홍대에 있는 VERA에도 자주 간다. 놀러 갈 땐 옥타곤을 자주 가는 편이다.

 

클럽에서 이성도 많이 만나보았는가?

내가 삼촌 같은가 보다. 내게 인생 상담만 하더라. 후배나 동생들 무용담 듣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꼭 이성을 만나야겠다는 생각보다 젊은 친구들의 생각을 알 수 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가는 것이다.

 

싱어송라이터를 하고 싶어 하는 청춘들에게 선배로서 해줄 말이 있는가?

한때는 이 신에서 연주하려는 친구들이 줄어들고 있고, 음악 하는 것을 말리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내 오산이었다. 세상이 좋아지고, 뮤지션에 대한 인식이 전보다 좋아졌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악기 연주까지 잘하는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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