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용감한 그들과 ‘킾드링킹’!

(왼쪽부터) 서본두(기타·보컬), 김명진(드럼·보컬), 배들소(베이스·보컬)

(홍대 앞 편의점 테이블에서 네 캔 만원을 나누는 중, 맥주 취향이 모두 같아 에디터는 훈훈한 마음이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반갑습니다! <블링>과는 첫 만남이네요.
본두_ 안녕하세요, 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스케이트 펑크 밴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입니다. 빠르고 시끄러운 음악을 합니다.
들소_ 자조적인 삶의 태도로, 사회에 대한 불만 등을 녹여내기도 하고, 겪었던 일을 다루기도 해요.
본두_ DIY 방식으로 합니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걸 친구들과 재미있는 이벤트를 통해서 해내고 있죠.
들소_ 사진이나 뮤직비디오, 공연을 만들어가는 것 등, 온전히 저희 힘으로 해냈다고 하기엔 어려울지 몰라도, 뜻이 맞고 서로를 지지하는 친구들과 함께 DIY 정신으로 활동해왔다고 할 수 있어요.

사회에 대한 불만을 메시지로 담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불만인가요?
명진_ (배들소를 가리키며) 불만을 곡으로 쓰는 건 보통 이분이라서.(웃음)
들소_ 생업이 서비스업인데, 일을 하며 느끼는 부당함 같은 것들. 특히, 저보다 어린 사회초년생들에게 던지는 갑질에 화를 느끼고 쓴 곡이 ‘I’m a Fucking McDonald’s’란 노래입니다. ‘그래, 나 맥도날드에서 일하는데, 어쩌라고?’ 하는 감정을 담고 싶었고,
본두_ 맥도날드가 X같은 건 아니고, 갑질이.(웃음)
들소_ ‘She’s Sitting in the Blue Chair’는 박근혜 정부 탄핵 시기에 느꼈던 많은 감정을 담고 싶었어요. 두 정부를 거치며 예술가들이 많은 탄압을 받았고, 제 남편도 정부를 비판하는 작품을 선보였다가 부당함을 겪었고요. 주위에서 그런 사례가 늘다보니, ‘당신들 때문에 우리가 억압받았고, 말하지 못했고, 원하는 대로 살아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곡을 통해 하게 됐어요.

세 멤버는 어떻게 만났나요?
명진_어릴 때부터 다니던 연습실이 있는데, 들소는 그곳에서 다른 밴드로 있었어요. 걸 밴드를 함께 하기도 했었죠. 대학교 복학을 하게 돼서, 학교 게시판에 ‘밴드 합시다’라고 아주 긴 글을 올렸는데, 그걸 본 본두 군이 연락을 했어요.
본두_ 긴 메일을 써서.(웃음)
명진_제목이 기억납니다. ‘앗, 경대에도 이런 낭만…’ 어쩌고 하는 게 있었습니다.
본두_ 그때가 6년 전.
들소_ 원래는 걸 밴드를 하고 싶었어요. 근데, 명진이가 소개시켜준다는 사람이 남자인 거예요. 그래서 ‘아, 별론데’ 했는데, 만나보니까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 거예요.(웃음)
명진_이름도 특이하니까.

의도치 않게 ‘보이 앤 걸스’가 됐군요.
들소_ 그래도 이렇게 만나서, 서로 안 싸우니까.(웃음)
본두_ 욕심을 안 부려서요.
명진_ 정말 게으르거든요. 한 명이 총대 메고 이끌면 더 힘들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게으른 성향이 있기 때문에.(웃음)
본두_ 답답한 부분도 있는데, 나도 답답한 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은 못하고.(웃음)
명진_오늘도, 본두가 가장 먼저 온다고 하더니 가장 늦게 왔고. 들소도 일찍 출발한다더니, 결국 동대구역에서 만나고.(웃음)

그럼에도 함께하게 해주는 요소가 있다면요?
들소_ 본두가 이야기한 대로, 욕심 없는 거요. 20대 때는 밴드를 하면 록스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꿈이 있었어요. 그런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오래 하고 싶은 밴드’를 만들어야겠다 했죠. 일만 하며 살기에는 너무 삭막하고, 그렇다고 다 때려치우고 하기엔 어려운 상태였고요. 그러다보니, ‘재밌게 하자’는 마음으로 같이할 수 있었고.
블링_ 다 ‘때려치지’ 않아도, 잘할 수 있군요.
본두_ 때려치지 않았다기 보다는, 내일이라도 때려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는.(웃음)
명진·들소_ 맞아, 맞아.(웃음)
들소_ 저희가 좋아하는 밴드들이 많이 사라졌거든요. 21스캇도 그렇고, 프로펠러21도 그렇고요. 우리도 언젠가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인생이 내일 끝나도 후회 없도록.(웃음)

인도네시아 투어를 다녀왔죠.
명진_밴드들에게 정말 추천해주고 싶은 목적지예요. 펑크와 헤비메탈 밴드라면 한 번쯤은 꼭 체크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
들소_ 그냥, 돌아오고 싶지 않았어요.(웃음)
본두_ 앨범 발매 후 인터넷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인도네시아 펑크 밴드, 새터데이 나이트 가라오케(Saturday Night Karaoke)와 연결이 됐어요. 서로의 음악을 들어보고, 댓글을 달고 하다가, ‘인도네시아 투어 올 일이 있으면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가냐?’ 고 물었고, 앨범 발매 후 투어를 계획하고 있던 차라 바로 비행기표를 예약했어요. 처음 일주일 동안 같이 공연하러 다녔고, 친구이자 가족이 됐어요.
들소_ 공연 자체도 굉장히 역동적이에요. 공연이 딱 시작하면, 노래를 처음 듣는 관객이 많을 텐데도 모싱이랑 막….
본두_ 노래를 따라불러주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명진_영어 가사로 된 노래는 물론이고, 한국어 가사까지도 미리 듣고, 발음을 소리 나는 대로 받아적어서 따라불러줬어요.
본두_ 5일간 5개 도시에서 공연했고, 그동안 펑크록 서포터들의 집에서 먹고, 자고 하는 경험을 했죠.
명진_인도네시아 펑크 신은 그래 한다 하더라고요.
본두_ 심지어, ‘니네 악기 가져오지 마’ 하더라고요. 모두 빌려서 쓰고요. 빡세게 그 여행기를 담은 영상을 현재 편집 중이니, 곧 유튜브 ‘DBGC’ 채널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들소_ 우리가 보면 재밌겠지.
본두_ 공연 전 파트는 좀 재밌어. 공연 파트로 가면 좀 재미가.(웃음) 경찰 단속 때문에 공연장에서 갇혀 있기도 했고, 네 번째 도시에서는 공연 전에 경찰이 와서 비자 검사를 하고, 외국인은 공연을 하면 안 된다고 했었어요.
들소_ 결국, 저희를 빼고 공연을 하기로 했는데 새터데이 나이트 가라오케가 너무 속상해했고, 미안하다고 울고불고 하다가.
본두_ “방법을 찾았다, 여기 엎고 가버리자” 해서, 기타 부수고 “Fuck the police” 하면서 공간을 아예 망쳐놓고. 진짜 멋있었어요. 아무튼, 부당한 억압엔 맞서 싸워야 합니다.

대구 신은 어떤가요?
들소_ 서울보다 확실히 작고, 그러다보니 밴드끼리 장르에 관계없이 친해지려 노력하고, 서로 서포트해주려는 분위기예요. 서로 ‘붐업’이 되게 도와주고요. 모든 게 그렇듯, 오락가락하기는 해요. 하려는 사람이 굉장이 많이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생겼다가, 사라졌다가.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 같아요.
본두_ 냉정하게는, 밴드 수에 비해 수요가 별로 없어요.
명진_우리끼리 공연하고, 우리끼리 보고 그런 거지.
본두_ 대구 신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하려 했는데, 막상 해보니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더라고요.
들소_ 초반엔 기획도 열심히 하고 참여도 했는데, 어찌 보면 부질없더라고요. ‘내 것’을 하는 게 어떻게 보면 가장 맞는 것 같고요.
본두_ 저희는 마이너한 장르에 속하지만, 어쿠스틱 등의 신은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공연을 안 보러 오던 사람들도 오고요.
명진_맞아, 펑크만 없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동_ 그냥, 해야죠.(웃음)
들소_ 왓에버댓민즈(Whatever That Means…)의 제프가 처음 친해졌을 때, 그러더라고요. 같은 장르, 같은 애티튜드를 가진 밴드가 몇 없으니 게속 함께해야 한다고요. 다른 지역이나마, 팀들이 이렇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힘이 돼요. 그래서, 어느 밴드 하나 없어지면 속상하고요.

왓에버댓민즈 이외에 친하게 지내는 밴드는요?
명진·들소_ 부산의 ‘사이드카’요.
본두_ 저희가 엄청 ‘리스펙’하는 밴드입니다. 그들은 우리 존재를 몰라서 인사해도 시큰둥했는데, 최근에 같이 공연을 하게 돼서.(웃음)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청춘스타라이더즈’도요.
들소_ ‘버닝햅번’, ‘몽키피콰르텟’, 그리고 ‘더티라콘’요.
블링_ 더티라콘, 멋있더라고요.
본두_ ‘아재감성’ 있으시네.(웃음)
들소_ 그, ‘절하는 거’?
본두_ 하하하. 그 감성은 더티라콘의 것이 맞지만, 영상은 광주 밴드, 어메이징비주얼(A.V.)의 철휘라는 형이 만들었거든요.
들소_ 천재 뮤지션이 한 명 있어요. B급 ‘갬성’ 뮤지션, 김철휘. 뮤직비디오가 다, 굉장히 좋아요.
명진_최근 영상엔 저도 나와요! 지구인 역할 맡았어.
본두_ 서울 외 지역의 밴드들은 서로 출신이 달라도 공유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장르 외에도 지역성의 영향이 랄까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 않아도 금방 친해지죠.

꼭 들어봐야 하는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 트랙을 꼽자면요?
본두_ ‘킾드링킹’. 18곡으로 이루어진 앨범에서 1번과 18번이 ‘킾드링킹’의 각기 다른 버전인데요. 앨범 테마이자 저희 현재의 테마이기도 해요. 마지막 트랙은 다른 지역의 펑크 밴드들과 대구에 있는 친구들을 불러서 녹음했던 거예요.
명진_ 6번 트랙, ‘Let Me Lost’. 유일하게 빠르지 않은 노래라서, 들어보셨으면 해요.
들소_ 저는 ‘진심의 노래’를 추천하겠습니다. 처음에 본두가 곡을 써서 노래를 불렀을 때 본두의 진심이 느껴져서 뭉클했어요. 부를 때마다 그 감정이 살아나고요. 빠르고 신나는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의 슬픔이 느껴진대요 그래서, ‘참 잘 쓴 곡이구나’ 했죠, 하하.
본두_ 이 노래 또한 마지막에 ‘떼창’ 파트가 있는데, 그걸 꼭 들어보세요.(웃음)
들소_ 두 곡의 떼창 파트가 합쳐서 채 2분이 안 되는데, 그 광주의 천재 뮤지션이 2분 녹음하려고 왔었던 거죠, 하하.
명진_ “세 시간을 왔는데, 2분을 해~” 하하. ‘진심의 노래’ 는 한국어로 된 가사인데, 한국어 사용자라면 그 마음을 고스란히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가사를 보시고 들어보시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이제, 공연장으로 향할 시간이네요. 벌써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는데요, 마지막 한 모금과 함께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 2019년 계획 알려주세요.
본두_ 내년 3월에 여러분과 텍사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웃음)
명진_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로 향합니다.
들소_ 4월, 혹은 5월 초에 영국 투어를 떠날 예정이고요.
명진_올해가 가기 전에 펼칠 공연에 관해서는 저희 소셜 채널을 확인해주세요!
본두_ 저희 오늘, 페이스북 ‘좋아요’ 100명 찍었습니다!
명진·들소_ 천 명, 천 명.(웃음)
본두_ 아무튼, 더 이상의 ‘좋아요’는, 괜찮아요. 하하.
들소_ 다 쓸데없고요, 계속 ‘킾드링킹’ 하십시다!
본두_ 살아서, 만나요! @band.drinking


에디터 원아림 ahrim@thebling.co.kr
포토그래퍼 두윤종(@yoonjongd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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