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WHOLES

새롭지만, 불편하다

홀-스
성수동에 살고 있는 손영원 또는 홀스라고 불리는 디제이. 중학생 때 친구들이 ‘말 영원’이라 불렀는데 썩 기분 나쁘지 않더라.(웃음) Horse로 하고 싶었는데, 그대로 쓰기는 심심해서 약간의 워드 플레이를 시도했다. ‘전체의 복수 가능성’이라는 역설적인 억지를 좀 부려서, 지금의 Wholes라는 별칭을 정했다. 사실 오래전이라 기억이… (웃음)

음악
청소년기에는 또래문화에 크게 관심이 없었고, 천리안 같은 PC 통신을 시작하면서 당시 MTV적인 팝 문화, 특히 힙합 맥락에 매료됐다. 제이 딜라의 사망 즈음 뒤늦게 그의 사운드를 접한 후 음향 공부와 프로듀싱을 시작했다. 딜라 사후 장르가 된 그 뾰족한 사운드-정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국내의 시모, 무드슐라 같은 킥 사운드를 구현해보려고 이리저리 노력했던 것 같다. 항상 음악 언저리에 내 삶이 있었고, 피카소 운영과 이태원 클럽 케익샵의 오픈, 관련 이벤트 기획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클럽 플레이 기회가 늘었다.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어느새 사람들에게 DJ로 불리고 있더라. 케익샵 친구들이 응원해주고 기회를 많이 줬다.

과거, 현재
올 초까지 평범한 직장인으로 미디어/언론 기업 경영기획파트에서 근무했다. 평일에는 정장을 입고 주말에는 그릴을 꼈다. 이중생활이랄까.(웃음) 몇 년이 지나자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헷갈리더라. 그래서 올 상반기에 직장을 그만뒀고, 앞으로 내릴 선택에 더 집중하고 책임지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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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그라운드
주로 홍대 헨즈와 이태원 케익샵. 최근에는 클럽 에이인에서도 파티를 시작했다. 언급한 베뉴들 모두 DJ들의 존재감과 목소리를 서포트해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스로 어떤 특정 장르의 플레이어라고 생각해본 적 없지만, 동시대의 언더그라운드 댄스 무브먼트를 세련되게 소화하고 싶다.

새롭고 불편한 것
어떤 콘텐츠를 소비할 때 익숙하고 편한 것보다 ‘새롭지만, 불편하다’라는 느낌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 꼭 새로운 것만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고, 과거의 것이 새로운 각도와 시차로 보일 때도 새롭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요즘에는 브루탈 테크노, 2000년대 서던 힙합, 세기말~2000년대 한국 댄스 가요 등이 감상하기에 재미있다. 최근 3년 정도 심취해 있던 폴리리듬 뼈대 위에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를 가미한 사운드들은, 또 그렇게 내 라이브러리에서 먼지가 쌓이게 된 것 같다. 계속 다른 레이어로 도망가고, 적당할 때 그리워하고 무너뜨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반복하고 있다.

‘좋은’ 디제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소극적이고 BGM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디제잉이란 행위가 가장 자유도 높은 퍼포먼스라고 생각한다. 켈레라나 아르카의 최근 퍼포먼스 라이브 클립들을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이런 디제잉의 개념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개입되어 있다. 이렇게 댄스 클럽 문화가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고 있고, 그 한가운데에 디제이들이 묵묵히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디제이를 특정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언어로 풀자면 ‘자신의 세계관을 제시하고 플로어에 그것을 납득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자아감을 가진 객체’.

연말 추천 곡
Kelela –‘Enough(Ahya Simone Remix)’,
Ansome – ‘Poison Your Body’,
XXXTentacion – ‘A Ghetto Christmas Carol’.

피카소
서울을 기반으로 한 음악 채널. 세계적인, 지역적인 기준으로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고 반응하는 음악과 아티스트를 큐레이팅한다. 리스너들이 장르와 BPM에 국한되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실마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각 로컬의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가 있다. 그들의 엉뚱하고, 사소하지만 위대한 생각들을 응원한다.

계기
20대 중반에 미 서부지역에서 잠시 체류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로컬 커뮤니티가 반응하는 것, 로앤드 티어리 파티(R.I.P.)를 통해 사람들끼리 부딪히면서 네트워킹하는 모습을 목격했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 그때의 에너지가 무언가를 해보고 싶게 만들었다.

‘마스크 써’
평소 동경하던 미국 출신의 프로듀서 레타를 우연히 알게 됐는데, 어느 날 내 플레이를 유심히 듣더니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파티 프로그램의 고정 멤버로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마스크 온(Mask on)’ 파티는 매달 특정 목요일 클럽 케익샵을 통해 진행하고 있고, 현시점에 유의미한 힙합 트랙을 플레이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입장 가능하다.


요새 이태원 해밀튼 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감자탕집을 자주 찾는다. ‘탕’이라는 게 각자의 공간에서 집중하여 음미하기보다는, 여럿이서 비슷한 무드로 얼큰하게 섞이며 접근하게 되는 그런 종류의 음식 같다. 아침에 잔뜩 취해 떼 지어 들어가기에는 이만한 장소가 없다. 물론, 취해서 맛은 기억에 없다.(웃음)

2019년
2018년에는 나를 먼저 찾아주는 계획들에 더 긍정적으로 함께했다면, 2019년도에는 스스로 진행한 계획을 이끌어볼 생각이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건 없다. ‘TO-DO LIST’를 지워가는 일은 괴로울 때가 종종 있다.

@wholes


에디터 김소연(@myallmyeolkim) myeolkim@gmail.com
포토그래퍼 두윤종(@yoonjongd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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