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인 삶에 대하여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의 투어 에세이

 

Musica Mundo
International Music Market
Sept. 6th – Sept. 9th, 2018
Belo Horizonte, Brazil

이방인 그리고 음악인

한국을 벗어나 타국에 착륙하면, 즉시 선명한 이방인이 된다. 내가 기억하는 것들은 여기 낯선 것들과 만났을 때 번역하기 위해 쓸모를 갖는다. 화분을 옮기듯 내가 한 덩어리로 옮겨진 것 같다. 내가 기억하던 것들과 물리적 거리에서 생기는 낯섦은 쉽게 오감을 자극한다. 이런 상태를 나는 ‘여행스럽다’라고 적어둔다.

“안녕하세요. 저는 멀리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왔지요. 잠시 내게 집중해주시겠어요. 입을 활짝 벌리고 내 몸 안에 들어 있는 소리들을 풀어볼게요. 나의 음악을 설명할게요. 어떻게 보였는지, 들렸는지, 느꼈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당신이 궁금해진다면 좋겠어요. 우린 서로 너무 처음이잖아요.”

Playlist: ‘Anaspora’, <Nomad Syndrome> track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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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무국적 언어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온 최고은이에요. 아름다운 밤이에요. 여러분은 아름답습니다.” 네 문장을 준비해서 무대에 올랐다. 이건 공연을 마치고 난 후 마주하고 싶은 분위기를 상상하며 고른 문장이다. 포르투갈어는 생전 처음이었다. 멘트를 하던 순간이 연주할 때보다 더 떨렸다.

멘트 후 나는 마음껏 음악이 되어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들은 흥에 겨워 소리를 지르거나 환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변 사람이 떠들면 떠들지 못하도록 단속했다.

지금 나에게 어떤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걸까. 그들에게 나의 음악은 처음 듣는 낯선 음악일 테지만 새로움과 좋음의 두 카테고리로 존중받는 중이었다. 숨 죽인다는 말은 이런 걸까?

Playlist: ‘Sunrise’ (Band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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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ander 같은 삶

9월7일, 브라질의 독립기념일이다. 우리는 퍼레이드를 구경하려고 아침을 일찍 먹고 시내로 향했다. 도로는 차가 없고 끝없는 퍼레이드 물결만 보였다. 이곳 사람들 모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각종 제복을 입고 행진하는 사람들 곁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축제였다. 독립기념일을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들. 어제의 거리를 밟으며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었다.

내게 사유의 매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의 얼굴이다. 사람의 얼굴에는 여러 세대를 거치는 동안의 시간과 이야기가 담긴다고 생각하며, 낯선 땅을 번역하는 데 상상력을 담당한다. 물론 나의 오역을 줄이기 위해 검색창도 틈틈이 이용한다.

Playlist: ‘Highlander’, <Nomad Syndrome> track n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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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space Happening
Oct. 14th, 2018
Hong Kong

Santa Claus’s Time이 필요할 때

홍콩은 빼곡했다. 큰 길 사이마다 골목길들이 잔주름처럼 겹쳐 있었다. 내가 기억할 홍콩의 진짜 표정들이 그곳에 있었다.

바닷바람 탓인지 외관이 낡고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건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함으로 눈에 읽혔다. 건물에 올리지 못한 간판들은 공중에 매달리고, 서로에게 틈을 줄 수 없는 도시의 삶은 사람들의 좁은 공간을 다시 작게 쪼개고 위로 쌓아 올려 살아가게 했다.

행복은 무엇일까? ‘홍콩에 오니 돈은 좋지만, 자연도 쉼도 없다’는 네팔 상점주인의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돈다. 이 도시만 그러는 게 아닐 테지. 공연을 마친 마지막 날, 밤 늦게까지 거리를 헤매다 숙소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로 삶을 이어간다. 눈 짐작으로 가늠할 수 없는 개개인의 시간들이 도시라는 공간에서는 촘촘하고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이런 상황에 오래 노출되면 우리는 각자의 틈이라는 것이 없어지고, 쉽게 감정적이 되거나, 계산이 앞선 행동이 합리적이라는 말로 포장된다. 언젠가 서울의 거리에서 화가 자주 목격된 적이 있다. “지금 우리에겐 ‘산타클로스 타임’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은 마음에 만들어본 곡.

Playlist: ‘Santa Claus’s Time’, <Nomad Syndrome> track no.4

[su_youtube url=”https://youtu.be/PHZ5sZNkMjM” width=”960″ height=”540″] 리믹스[/su_youtube]

 

Limbo in Limbo

올봄, 우리 밴드는 3주 동안 유럽의 6개국 투어를 마쳤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헤어졌다. 올 가을 브라질에서, 홍콩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우린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채로 각자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특정한 시간 한정된 공간에서 머물렀던 우리는, 음악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나누었다. 서로 쓰는 언어가 달라도, 웃음의 기호를 즐거움으로, 고마움의 미소를 따듯함으로, 수줍은 표정을 사랑스러움으로, 박수를 환대로 읽게 되는 건 국적 없는 모두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인생이 보다 싱그럽게 되도록 노력하기를, 내 주변을 둘러싼 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를 도모하기를. 어제보다 좀 더 성숙한 오늘의 내가 되기를. 인생을 살아가는 맛은 거기에 있기 때문에.

Playlist: ‘Limbo in Limbo’, <Nomad Syndrome> track no.3

[su_youtube url=”https://youtu.be/dAlx4ExaMGI” width=”960″ height=”540″] 리믹스[/su_youtube]

 

I Am Water, 바라는 삶

COURTESY OF FREESPACE HAPPENING

COURTESY OF FREESPACE HAPPENING

바라건대, 나는 음악적으로 자유롭고 싶다. 감각적으로 움직이고 표현하는 것에 이전보다 깊이가 깊어지면 좋겠다. 일반적으로 다수가 하는 말이 정답이 되지만, 음악 영역에서의 정답이란 미지의 것이라면 좋겠다. 해방적이고 아름답기를. 지금의 나를 교정하고, 혁신해야 하는 순간이 문득 찾아왔을 때, 그것이 어렵더라도 행복한 상황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설령 그게 오랜 습관을 버려야 하는 작업을 해야 할 때라고 인지했을 때조차, 두려움을 밀어붙이는 용기가 내 안에 있기를 바라본다. 내 몸에는 감각세포가 살아 있어 앞으로를 지탱하는 힘으로 되어준다면 좋겠다.

‘나는 물이야, 물이 되어야지. 어떠한 형체나 틀로 규정할 수 없는 ’
– ‘I am water’ 가사 중

Playlist : ‘I am water’, <Nomad Syndrome> track no.6

[su_youtube url=”https://youtu.be/rVvrXqp4Iw8″ width=”960″ height=”540″] 리믹스[/su_youtube]


최고은 (@gonnechoi)

사진 그누구도 (@chalkak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