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CE- VENT ROCK


VENT ROCK

데이즈47로 활동하던 벤트락의 첫 솔로 앨범 <Soloist>.
다섯 곡이 흐르는 동안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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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락은 함께 데이즈47 활동을 하던 도예성이 군대로 떠난 이후, 유럽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독일과 영국. 베를린에서는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간직한 골목의 분위기에 취해 테크노를 들었고, 런던에서는 박물관이나 갤러리 벤치에 앉아 홀로 긴 사색의 시간을 보냈다.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시기였어요. 덕분에 솔로 활동에 대한 윤곽이 잡혔어요.” 벤트락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 오랜 기간 작업하던 트랙에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과물이 미니 앨범 <Soloist> 안에 담겼다.

<Soloist>는 어둡다. EDM의 시대에 이런 분위기의 트랙은 어색하다. 벤트락이 플로어의 모두를 방방 뛰게 만들 음악을 못 만들기 때문은 아니다. 그는 인상적인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음악을 들려주던 데이즈47을 이끌었고, 윌아이엠, 디플로, LMFAO 등과 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데이즈47이나 다른 뮤지션의 곡 작업을 도울 때는 개인이 아닌 팀을 생각해요. 하지만 오로지 나만의 트랙을 만들 때는 달라요. 이기적이어도 괜찮잖아요.” 그렇게 벤트락의 정소가 <Soloist> 안에 스몄다. 분위기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곡의 구성이나 멜로디가 심상치 않다. ‘Soloist’에는 화려한 오케스트라 연주도 있다. “어릴 적 오랫동안 바이올린을 연주했어요. 잘 어울리게 담을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있었죠.” 벤트락의 생각은 적중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등 클래식 악기는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곡 전체의 구성을 탄탄하게 만든다. 영화 <본 시리즈>가 새롭게 만들어진다면 절정의 순간에 나올 법한 느낌이다. “실제로 영화를 보며 곡 작업의 영감을 많이 얻어요.” 벤트락은 미니 앨범 <Soloist> 안에서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빅룸 등 다양한 스타일을 오직 자신의 정서로 맘껏 주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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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oist> 안에 담긴 트랙을 클럽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벤트락 역시 잘 알고 있다. “저 역시 클럽이나 파티에서 제 음악 잘 못 틀어요. 어울리지 않은 분위기라는 걸 잘 알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특유의 분위기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철저하게 자기 것을 버리고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작업을 하다 보면 자기 것에 대한 집중이 더욱 높아져요.” 심지어 그는 동요도 만든다. “딸이 있어요. 아이와 함께 지내다 보니 내 음악으로 함께 웃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당장 디제이 부스 위에 세워도 손색없을 정도로 카리스마 가득한 모습으로 이야기하던 벤트락이 딸 ‘라하’를 떠올리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이제 막 첫 번째 미니 앨범을 만든 벤트락이지만, 당장은 솔로 활동에 대한 계획이 없다. 대신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준비 중이다. “일렉트로닉 음악은 물론 힙합이나 록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과 함께 작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제가 만든 비트에 맞춰 소울 가수가 노래를 부를 수도 있죠.” 우연히 마주친 프로듀서, 친구의 소개로 만난 보컬 등 최근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한다. 문득 절정을 향해 서서히 치닫는 ‘Soloist’의 비트가 떠오른다.

 

 

게스트 에디터 김용현(<슈어> 피처 에디터)

포토그래퍼 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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