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식탁] 왕서방 중화요리

응답하라 1994

아침에 눈 뜨면 으레 하는 것, 날씨 검색, 창문 밖 하늘 보기, 그리고 물 한잔. 

 

오늘은 꽤 일찍 눈이 떠졌다. 출근하지 않는 날엔 꼭 이런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게으름은 잠시 접어두고, 침대를 벗어나 창문을 활짝 열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상쾌한 공기다. 집에 있는 것이 죄악같이 느껴지는 날이다. 부랴부랴 짐을 챙겨 바다가 있는 충남 태안으로 캠핑을 떠났다. 

 

충남 태안 일대의 해변은 소나무 사잇길로 길게 펼쳐진 곳이 많다. 해안사구가 넓게 조성되어 있어 고운 모래 위를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걷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붉은 해가 지는 모습까지 보게 된다면 이곳을 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공 있는 음식점까지. 내가 태안을 자주 찾게 되는 이유이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 연례행사처럼 들르는 곳이 있다. 이곳은 특이하게 아침 식사가 되는 중국집이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 외부의 모습에 놀라고, 내부로 들어서면 마치 1990년대로 돌아간 모습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충남 태안에서 꽤 내공이 있는 맛을 자랑하는 중국집 ‘왕서방 중화요리’ 이다. 

 

이곳을 들를 때면 먹게 되는 음식은 단연 ‘볶음밥’이다. 고슬고슬한 밥과 함께 갖가지 야채를 넣어 센 불에 조리하는 음식. 아삭아삭 씹히는 야채와 살아있는 밥알. 그리고 적당히 머금은 기름이 뒤섞여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생 계란을 넣고 볶기 때문에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감돈다. 마지막으로 밥 위에 올려주는 계란프라이까지. 정갈하고, 세련되진 않았지만, 주인장의 정성 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한 끼다.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특별한 경험은 그곳의 추억을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서울로 돌아오는 시간이 아쉬울 만큼 좋은 추억이 또 하나 생겼다. 그곳의 모습도 그곳의 음식도 여전히 그대로이길 바라며.

 

명랑한 식탁,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 왕서방 중화요리

  • 충남 태안군 남면 남면로 88(신장리 376-18)

  • 전화번호: 041-672-4489

에디터 김환기(@velvet_keyboardevoke@mediabl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