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식탁 – 신태루

추억이 깃든 맛

이제 완연한 봄이다. 미세먼지 지수는 연일 나쁨이지만, 요즘 같은 날씨라면,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온몸으로 마주 하고 싶은 심정이다. 정성스레 내린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한강을 산책하는 것도 좋고, 서울을 살짝 벗어나 탁 트인 경치를 보며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도 좋다. 계절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 덕분에 감사한 요즘이다.

 

5월, 본격적인 페스티벌 기간이 시작되었다. 매주 일정이 빡빡하게 채워져 부지런히 다녀야 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새로운 지역을 방문하는 설렘도 그곳의 생경한 모습도 기억 속에 남길 요량이다.

 

지난 주말 충남 태안을 찾았다. 페스티벌 취재의 목적이었지만, 행선지로 향하기 전 태안 읍내를 돌아보았다. 빡빡한 도심을 벗어나 시간이 느리게 가는 장면을 마주하고 있으면, 참으로 마음이 편해진다. 읍내를 들린 김에 동네 주민분께 30년 이상 영업하고 있는 동네 중국집을 추천받았다. 마침 출출하기도 하고, 한 끼 할 요량으로 들렀다.

 

외관에서 보이는 모습은 꽤 내공이 있는 듯했다. 낡은 간판과 문 곳곳에 녹이슨 모습이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홀과 방으로 구성되어있는 모습이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갔던 중국집이 떠올랐다. 방에 자리를 잡고, 추천받은 ‘육짬뽕’과 탕수육을 시켰다.

 

이름은 육짬뽕이었지만, 고기의 느끼함은 없고 해물의 시원하고 칼칼함이, 그리고 구수한 끝 맛이 매력적인 짬뽕이었다. 주인분께 여쭤보니 말린망둥어와 바지락으로 육수를 낸다고 한다. 속이 꽉 찬 조개와 싱싱한 해산물이 바다가 있는 태안 지역의 특색을 잘 나타내 주었고, 불향과 시원한 국물 그리고 탱탱한 면발 덕분에 끊김 없이 짬뽕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47년 경력의 주인장이 내온 육짬뽕을 맛볼 수 있음에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이 지역에 살았다면 아마 해장하러 자주 오지 않았을까?’

 

케첩 향이 강한 탕수육은 ‘부먹’으로 나왔는데, 얇은 튀김옷과 부드러운 고기 육질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추측건데, 고기의 숙성에 비법이 있는 듯했다. 다소 달콤하게 느껴지는 소스는 지금은 느낄 수 없던 옛 추억의 탕수육을 먹는 듯 했다. ‘단짠’의 조화를 누리고 싶다면, 간장과 고추가루를 되직하게 섞어, 찍어먹는 것을 추천한다.

 

먹는 즐거움만큼 그 추억을 쉽게 꺼낼 수 있는 방법은 없으리라. 생경하게 느껴지는 장소도 그리고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도, 음식 하나만으로 그 경계를 조금은 낮추는 묘책이 될 수도. 정성스레 만든 음식 한 그릇으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명랑한 식탁,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 신태루

  • 041-673-8901

  • 충남 태안군 태안읍 시장5길 43(동문리 287-4번지)

에디터 김환기(@velvet_keyboardevoke@mediabl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