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_식탁 – 시골순대

퇴근길 한잔 생각날 때

어느 평일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연락이 온다. 소주 한잔하고 싶다는 친구의 연락이다. 퇴근은 아직 두 시간여 남았지만, 메모장에 저장해놓은 리스트를 꺼내 쭉 훑어본다. 오늘은 순댓국이 당긴다.

 

마포구 합정동, 망원동에 산 지도 도합 5년이 넘었다. 다양한 이유로 사라지고 또 생겨나는 곳. 자본의 원리라고 하기엔 개인적으로 안타까움이 많은 지역이다.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안주 삼아 정을 나누던 대폿집도,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의 허기를 채우던 어묵 집도 이제는 만날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2014년 합정으로 처음 이사 온 후 퇴근길에 종종 반주하러 왔던 곳 ‘시골순대’를 들렀다. 지금은 머리 고기 수육을 팔진 않아 아쉽지만, 윤기가 흐르는 살코기에 새우젓을 살짝 올려 소주 한 잔 마시면 그게 그렇게 행복했었다. 목구멍으로 넘겨 잔을 털어버리듯 안 좋은 기억도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했다.

 

막창 순대 한접시와 순대국밥을 시키고 친구를 기다린다. ‘음식은 눈으로 보고 코로 마시고 입으로 즐긴다고 했었나.’ 유혹의 맛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나저나 친구 녀석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선지와 채소로 속이 꽉 찬 ‘시골순대’의 막창 순대는 한 입 베어 물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아주 일품이다. 막창 특유의 잡내도 나지 않아 먹으면서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파가 들어간 새우젓을 막창 순대에 함께 올려 먹어도 맛있다. 소주 한 잔으로 입안이 깔끔해지면, 또 젓가락이 쉬지 않고 막창 순대를 맞이하러 간다. 이 무한루프를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소주 한 병은 우습게 끝나는 사태(?)가 벌어진다.

 

뜨끈하게 끓여낸 순댓국은 깔끔하고 구수한 맛이 특징인데, 다양한 돼지부속물이 푸짐하게 들어가 있어 든든한 한 끼로 손색없다. 순대국밥에 밥을 훌훌말아 이 집에서 직접 담근 매콤한 신김치에 올려먹는 맛도 꽤 별미이다.

 

친구와의 대화를 안주삼아, 술 한잔에 가볍게 얘기하고 털어낼 수 있는 곳. 나는 이 곳을 그렇게 여기고 싶다.

 

오늘, 서울의 밤은 그렇게 간다.


  • 시골순대

  • 02-337-1730

  • 서울 마포구 포은로2가길 65, 지번: 합정동 392-3 시골순대

  • 10:00 ~ 21:30 (일요일 휴무)

에디터 김환기(@velvet_keyboardevoke@mediabling.co.kr